본문 바로가기
리뷰_책

[어원(語原)] 도시편 ② 시카고

by john Kim 2021. 11. 23.
반응형

CHICAGO

"양파가 잘 자라는 도시"

시카고는 종종 "바람의 도시"라 일컬어진다. 시카고라는 이름이 '양파'에서 온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다소 냄새나는 시카고의 어원을 없애려면 약간의 바람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시카고가 어떻게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는지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이 있긴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속설은 어찌 됐든 양파 설이다. 모든 속설에서 미국 원주민 단어가 제시되는데, 그중 한 가지는 원주민 추장 시카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것이다. 그가 물에 빠져 사망했던 강의 이름도 시카고 리버였다. 반면, "놀기 좋은 물"을 뜻하는 "쉬카고" 또는 궁핍을 뜻하는 "초카고"라는 원주민어에서 유래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의견은 당신을 울릴 수 있는 채소, 바로 양파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그곳에서 자라는 작물로 지역명을 정하는 기가 막힌 작명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용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어디에서 자라는지를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시카고에 하나의 개천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냄새나는 양파"라 여겨졌던 리크(부추속의 재배식물로서, 서양 대파라 부르기도 함)가 그 둑을 따라 자랐다.

그렇게 이 도시는 "냄새나는 양파"를 의미하는 원주민어 "쉬카콰"라 불리게 되었다. 이곳을 탐험하던 프랑스인들이 이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바꾸면서 시카고가 되었다. 이 지명을 글로 쓴 첫 번째 사람으로 프랑스 탐험가인 로버트 드 라살을 인정하긴 하나 그는 "쉐카고우"라 기록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 단어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으로 진화한 것이다.

 

LIVERPOOL

"진흙탕 웅덩이와 장어"

리버풀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네 개의 이름이 있는 곳이다. 바로 존, 폴, 조지, 링고다. 혹자들은 리버풀이라는 이름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이 유명한 네 명의 사람들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리버풀이란 이름이 과연 어디서 시작했는지부터 알아보자.

지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리버풀은 그 지역을 관통하여 흐르는 머지강에서 유래하였다. '풀(pool)'은 그저 물웅덩이를 뜻하는데, 그렇다면 '리버(liver, 신체 장기 '간'의 의미가 있다.)'는 무슨 의미일까? 다행히 그 이름이 '간 웅덩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보기에도 흉하고, 도시 이름에 붙이기에는 끔찍할테니까.

리버풀에서 'Liver'는 두 개의 고대 영어 단어 중 하나에서 출발했다. 가끔 머지강이 썩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지역은 "진흙탕 웅덩이"를 뜻하는 '리우에르풀'이라 처음 기록되었다. 이름의 앞부분은 "두껍고 응고된 물"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 '리퍼(lifer)'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 이것도 간 웅덩이라는 의미보다 크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이 도시명의 기원에 대한 두 번째 견해는 머지강에서 발견되는 엄청난 양의 장어로 인해 "장어 웅덩이"라는 뜻의 엘버풀(elerpool)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도시명에서 영감을 받아 도시를 대표하는 새 이름이 지어졌다. 바로 '라이버 버드(Liver Bird)'이다. 이 경우는 liver를 '라이버'라고 발음한다. 이 새는 도시 전역, 축구팀의 엠블렘, 도시 내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리버 빌딩의 꼭대기에서 볼 수 있다. 만약 리버 빌딩 꼭대기에 있는 라이버 버드가 멀리 날아가 버리면 이 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설도 있다. 그래도 그 새들이 구리로 만들어져 있고, 리버 빌딩의 꼭대기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쉽게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SYDNEY

"토마스나 타운센드로 불릴 수도 있었던 곳"

필자가 시드니라는 지명을 처음 봤을 때 바로 든 생각은 '누군가가 sidney의 철자법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이 도시는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Sydney가 아닌 누군가의 이름을!

토마스 타운센드는 1783년 영국의 장관이었고 그가 호주에 식민지를 건설할 것을 영국 정부에 권했다. 700명이 넘는 사람을 실은 배가 잉글랜드에서 출발하여 처음 그 땅에 도착했던 1788년에 도시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토마스 타운센드의 전체 이름인 '제1대 시드니 자작 토마스 타운센드'에서 도시명 시드니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토마스 자작이 어떻게 그러한 직함을 갖게 되었는지부터 혼란스러워진다.

토마스 타운센드는 29년간 영국 의회의 일원이었고 은퇴와 동시에 상원이 되면서 남작의 직함을 얻게 되었다. 시드니 남작 토마스 타운센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이 이름에서 알 수 없다. 토마스가 그저 시드니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기도 했고, 먼 친척인 앨저넌 시드니의 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의 시드니 일가가 나중에 이 이름을 사용하고 싶어 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기 때문에 "I"를 "Y"로 바꾸어 시드니 남작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신분이 상승하여 시드니 자작이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호주 정착을 제안했을 당시의 시드니 자작 이야기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확인할 수 있듯 이후에도 그 이름이 잘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참 바보스럽다. 말 그대로 '타운'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들어 있는 사람의 이름을 가져다가 정착지 이름을 만들면서 굳이 시드니로 하다니! 동네 이름을 지을 때 이왕이면 타운센드라 불리는 사람의 이름으로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굳이 이름이 아닌 직함을, 그것도 자신의 이름도 아닌 것을 쓰다니.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