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BSTER
"바다의 메뚜기"
로브스터(lobster)는 아마도 해저에 살고 있으며 우리 저녁 접시에 오르는 신기한 생명체 중 하나일 것이다. 갑각류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로브스터가 사실상 생물학적으로는 불멸하는 동물이라 믿고 있다. 죽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동물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우리 인간들이 뜨거운 물이 든 냄비에 그들을 집어넣는 것 등이다. 그들의 눈자루나 타닥타닥 걷는 발을 보면 수중 벌레 같아 보인다. 로마인들도 이 동물의 이름을 붙일 때 이들을 벌레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라틴어로 이 친구들은 로쿠스타(locusta)이지만 이 이름의 기원은 알지 못한다. 물론 이것으로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매우 재미가 없을 테니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로마 시대에 로브스터와 완전히 동일한 이름의 동물이 하나 더 존재했다는 것인데, 바로 로쿠스트(locust, 메뚜기)이다. 로마인들은 로쿠스트를 로쿠스타라고도 불렀기 때문에 로브스터와 비교해서 로쿠스트라는 이름은 라틴어 명칭에 매우 가깝다. 이토록 비슷한 이름을 가졌지만, 다행히 로브스터는 날지 못하고 이집트에서 발생했던 큰 혼란과 '떼 재앙(이집트 지역에는 메뚜기 떼가 창궐하여 식량난 등의 문제가 있었다.)'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라틴어 로쿠스타를 이름으로 하는 첫 번째 주인은 로브스터였다. 이름으로 본다면 이 두 생물은 형제지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뚜기는 육지의 로브스터이고, 로브스터는 바다의 메뚜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OCEAN SUNFISH
"맷돌을 닮은 태양을 사랑하는 물고기"
오션 선피시(ocean sunfish, 개복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 중 하나이다. 독특한 생김새와 느긋한 성질 때문에 이들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다. 몸길이만큼이나 늘어날 수 있는 배 모양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큰지 알기 어렵다. 사실 오션 선피시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경골어류다. 그들보다 더 크고 무거운 생선이 있긴 하지만 오션 선피시는 뼈가 아닌 연골로 이루어져 있고, 다른 생선보다 더 많은 연골을 갖고 있다.
오션 선피시의 이름 중 "오션(ocean, 해양)"과 "피시(fish, 생선)" 부분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선(sun, 태양)" 부분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처음 떠오른 생각은 둥근 몸과 지느러미였다. 이는 마치 태양이 광선을 내뿜는 모습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이 이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지만 사실 오션 선피시가 태양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태양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일 뿐이다. 그들이 바다 표면에 뜬 채로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일광욕을 이렇게나 즐기는 이유는 바로 체온조절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커다란 생선이 마치 돌고래처럼 바다에서 점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꽤 놀라운 장면이다.
다른 나라에서 오션 선피시를 지칭하는 방식에는 그들의 특이한 생김새가 역할을 했다. 독일어로 그들은 몬트피시(mondfisch)라 불리는데, 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달 생선"이라는 뜻이다. 또한 쉬비멘데르 코프트(schwimmender kopf)라고도 부른다. 폴란드어로는 "수영하는 머리"와 "머리만"을 의미하는 사모그워프(samoglow)라 부르는데, 모두 개복치가 바다를 헤엄치는 지느러미 달린 머리와 유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아름다운 동물에 대한 더욱 과학적인 명칭은 몰라몰라(mola mola)이다. 이 이름은 그들의 생김새나 일광욕 습성에서 붙여진 것이 아니라 이들 몸의 색깔과 질감에서 붙여졌다. 'mola mola'는 맷돌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션 선피시가 맷돌처럼 거친 회색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맷돌 또한 예쁜 둥근 형태라는 점도 같다.
PORTUGUESE MAN O' WAR
"강력한 군함을 닮았다!"
Man-of-war라고 쓸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o'이다, 그래서 of 대신 꼭 o'라고 짚어주고 넘어가야겠다. 이들은 바다뿐만 아니라 이 땅에 있는 모든 동물 중 가장 기이한 생명체 중 하나이다. 포루투기스 맨 오 워(Portuguese man o' war, 작은부레관해파리)가 해파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사실 해파리와 그리 먼 종류도 아니다) 해파리는 아니다. 사실 동물도 아니다.
포루투기스 맨 오 워는 실제로 단세포 유기체로서, 여러 개가 합쳐져 하나의 군체로 활동한다. 이 군체는 놀랄 만큼 강력한 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은 물고기나 새우를 잡고, 죽이고, 먹는 데 이 침을 사용한다. 이 생물이 매우 아름답고 매혹적일 수 있지만, 만약 이들이 해안으로 밀려 올라오거나 바다를 따라 떠 있는 것을 본다면 멀리 떨어져 있으라.
이 해파리만큼이나 이름도 치명적으로 들릴 것이다. 치명적 특성이 이름짓기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것보다는 생김새가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맨 오 워(Man o' war)는 16세기부터 19세기 동안 해상 전투에서 사용했던 강력한 군함을 일컫는 영국 해군 용어이다. 이 생물을 발견했을 때, 전속력으로 항해하는 포르투갈의 전함과 같다고 하여 그들의 이름을 따서 포르투갈의 군함(Portugeuse man o' war)이라 불렀다.
흥미롭게도, 전혀 전함처럼 보이지 않는데 '군함 생선(man o' war fish)이라 불리는 물고기가 있다. 포루투기스 맨 오 워의 침에 완벽한 내성이 있는 몇 안 되는 물고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 침 때문에 포르투기스 맨 오 워는 "floating terror(떠다니는 공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해파리는 뻔한 1950년대 영화 제목 같은 별명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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