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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책

[어원(語原)] 동물편 ① 고릴라, 천산갑, 하마, 여우원숭이

by john Kim 202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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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동물의 왕국에서 우리 포유류들과 그 외 동물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풍부한 털, 복잡한 뇌, 그리고 땀까지! 하지만 '포유류'라는 이름을 얻게 한 일등 공신은 바로 모유다. 포유류는 이 지구상에서 새끼에게 먹일 우유를 생산하는 유일한 동물 종이고, 그래서 우유를 생산하는 유선(乳腺)에서 이름을 따서 불리게 되었다. 'mammary(유방의)'라는 단어는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 쓰는 'mamma' 나온 것으로 보인다.

Gorilla

"고릴라는 소녀였다?"

고릴라는 최대 유인원이다. 그들은 우리 인간과 DNA의 98%를 공유하며, 통을 집어던지거나 유명하고 높은 어떤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데 매우 능하다. 이 몸집 크고 온순한 동물의 어원은 털이 많은 여전사 부족이 발견되었던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르타고(현재 튀니지의 과거 지명)의 항해자 한노(Hanno)가 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서해안으로 향했다. 

아프리카 항해 중 그는 털이 많고 공격적인 생명체 부족을 만났고 통역사는 이를 "고릴라이(gorillai)"라고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통역사가 어떤 언어를 썼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단어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고릴라이'는 "털이 많은 여성 부족" 혹은 그저 "긴 머리의 흑인 여성"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gorilla와 girl의 발음이 애매하게 유사하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한노가 우연히 마주친 것이 여성 부족이었는지, 진짜 고릴라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는지 우리가 알 길이 전혀 없다. 하지만 1800년대 동식물 연구자 토마스 S. 새비지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종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명칭을 기록했다.

 

Pangolin

"굴러 굴러 천산갑!"

판골린(천산갑)은 작고 이상한 동물이다. 아르마딜로, 갑옷 한 벌, 농구공 한 개를 다 섞었다고 생각해보면 아마도 여러분 머릿속에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그려질 것이다. 천산갑은 아프리카 전역과 심지어 아시아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동물의 이름은 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말레이어다. 이 동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처럼 몸을 말고 비늘을 사용한다(비늘! 제대로 읽은 것이 맞다. 이들은 비늘이 있음에도 포유류가 맞다). 이 이름은 "롤러(roller)"라는 뜻의 말레이어의 접두사이고, 'goling'은 "구르다"라는 의미이다.

영어 이름은 'pangolin'은 더 크고 위풍당당한 이미지가 그려진다(물론 그들이 위풍당당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 이름이 이들에게 더 잘 들어맞고 사랑스럽다. 펭골링이 롤링한다니!

 

Hippopotamus

"강물 안에 사는 말"

물속을 우아하게 유영하면서 물 밑으로 다이빙까지 하는 히포포타무스(하마)를 보면서 잠시 시간을 갖고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이 동물이 물속을 수영하는 모습에 너무 익숙해서 이 동글동글한 짐승이 싱크로나이즈 선수처럼 움직이고 있는데도 별 감흥이 없는 것 같다.

하마와 닮은 포유류는 많다. 소, 돼지, 심지어 코뿔소도 있다. 이 동물들은 땅딸막하고, 튼튼한 사지 포유류이다. 하마(河馬)가 절대 닮지 않은 동물이라면 바로 말(馬)이다. 말은 훨씬 긴 다리를 가진 날씬한 동물이기 때문에 말의 이름을 따서 하마라는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겠지만, 글쎄, 그렇게 되었다!

'히포포타무스'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들이 지은 동물 이름이 하도 많아서 앞으로도 몇 번 더 언급할 것이다. 히포포타무스는 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포와 강을 뜻하는 포타모스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러니깐 그리스인들에게 히포포타무스는 '강 말(河馬)'이 되는 것이다.

 

Lemur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이름"

리머(lemur 여우원숭이)! 이 조그만 친구들은 무서움과는 거리가 멀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ring-tailed lemur)는 서로 매우 다정하므로 웅크려서 모여 "리머볼(lemur ball)"이라 부르는 떼 짓기를 즐긴다. 아마도 이 책에서 보게 될 내용 중 이것이 가장 귀여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어원은 다소 끔찍한 기원이 있다.

이 영장류의 이름은 스웨덴 동물학자 칼 리나에우스가 지었다. 야행성, 인간과 비슷한 형태, 느린 움직임, 흑백 털, 유달리 큰 눈 때문에 그들의 이름은 로마 신화 속 혼령 '레무레스(lemures)'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흉측한 인간의 형태를 하고는 밤에 나타나 살아 있는 생명체를 괴롭히고 피해를 준다. '레무레스'는 심지어 유명한 롤 플레잉 게임 <던전 앤 드래곤 Dungeons&Dragons>에도 등장하는 이름이다. 내가 게임을 많이 안 해봐서인지 모르지만, 리머는 게임에 아직 등장한 적이 없다.

무서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리머에게 '레무레스(lemures)'라는 혼령에서 따온 무시무시한 이름을 붙인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원숭이를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중 가장 유명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만 떠올려서 일 수 있다. 아이아이원숭이는 조금 무섭게 생겼다. 이들의 튀어나온 눈, 날카로운 이, 특이할 만큼 긴 중지 때문에 밤에 마주치면 귀신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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