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語原)] 동물편 ⑫ 다리 긴 거미, 흑색 과부 거미, 지네, 노래기, 쇠똥구리

DADDY LONG-LEGS

"키다리 아저씨와의 연결고리"

대디 롱레그스(daddy longlegs, 다리 긴 거미)라 불리는 다른 여러 종의 벌레가 있다고 한다. 장님거미라고도 부르는 통거미목, 실거미라고도 부르는 유령 거미, 그리고 각다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디 롱레그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벌레가 생각나는지는 차치하고, 징그러운 벌레들이 어떻게 이토록 매력적인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여기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자,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 대디 롱레그스는...... 실제로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그러면 이름의 "긴 다리" 부분은 설명이 되는데 '아빠' 부분은 설명하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빠라는 접두어를 왜 갖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줄 수 있는 답이 없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는 한 가지 유명한 소설이다. 바로 진 웹스터의 1912년 소설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이다. 하지만 그것을 왜 제외했을 때, 이 특이한 녀석들의 특이한 이름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BLACK WIDOW SPIDER

"과부가 된 무시무시한 이유"

모든 거미 종 중에 타란툴라 다음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블랙위도우 스파이더(black widow spider, 흑색 과부 거미)일 것이다. 블랙위도우 스파이더는 타란툴라보다 훨씬 작지만 그들의 독성은 메스꺼움, 근육통을 비롯하여 인간에게 심각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횡경막을 마비시켜 숨쉬기를 어려워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이 거미에 물려서 사망하는 일이 매우 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물어줄 거미를 찾아 돌아다니지는 마라.

많은 종류의 과부 거미가 있다. 과부 거미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단연 그들의 검정 색상이다. 그들의 이름은 이 색깔에서 나온 것이다. 블랙위도우 스파이더는 거의 완전히 검은색이다. 매우 잘 알려진 복부의 붉은색 무늬를 제외하고는 모두 검은색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과부(widow)라고 불릴까? 결혼 생활을 끝내서가 아니다(결국 그들은 모두 죽음으로 끝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징그럽다. 늘 그렇지는 않더라도 블랙위도우 스파이더 암컷은 볼 일 다 보고 나면 즉시 자신의 짝짓기 상대였던 수컷 거미를 죽이고 이를 먹는 '즐거운 습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과부라고 불렸던 것이다! 그러니깐 만약 당신이 블랙위도우 스파이더를 만났을 때 그들의 결혼 상태에 대해 측은한 생각이 들더라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CENTIPEDE&MILLIPEDE

"다리가 백 개 혹은 천 개인 녀석들"

이들은 생김새뿐 아니라 이름도 엄청 비슷하니깐 두 녀석 모두 알아보자. 두 이름 모두 이들이 가진 엄청난 수의 다리를 의미한다. 두 개의 이름 모두에 있는 "피드(pede)"는 "발"을 뜻하는 라틴어 페스(pes)에서 유래했다. 페스(pes)가 현재 영어단어 'foot'과는 전혀 비슷하게 들리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발과 관련된 여러 단어에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발과 관련된"이라는 뜻이 있고, 페스에서 온 라틴어 페도(pedo)를 보면 좀 더 이해될 것이다. 발에 하는 편안한 관리를 페디큐어(pedicure)라 부르고 기계에 관해서는 걸음을 추적하는 만보계를 페도미터(pedometer)라 부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고대 단어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쓰이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이 두 동물 이름의 앞부분은 따로따로 가진 다리 수이다. 아니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수이다. centipede(지네)는 100개의 다리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30개에서 300개 정도의 다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100을 뜻하는 라틴어 'centum'이 들어간 이름을 갖게 되었다. 100년의 세월이 지나가는 것을 'century'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도 이 단어 역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래기의 이름 'millipede'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million(백만)'을 뜻하는 것처럼 보이는 라틴어인 'millie'에서 유래했지만, 사실 'millie'은 밀레니엄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1000을 의미한다.

노래기(millipede)의 다리는 최대 750여 개이기 때문에 나는 이들을 지금의 이름이 아니라 4분의 3 'millie(1000)pede(발)'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DUNG BEETLE

"그래도 봐줄 만한 이름"

안타깝지만 쇠똥구리(dung beetle)는 이 곤충을 부르는 별명이 아니라 실제로 이 딱정벌레 종을 일컫는 공식 명칭이다. 참 안됐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쇠똥구리는 온종일 똥을 굴리며 지내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본인들이 행복하다면야. 배설물을 굴려 공으로 만드는 재주 때문에 'dung beetle'이라 불린다. 이 이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그리고 똥을 의미하는 수많은 영어단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dung beetle'이라는 이름은 그래도 봐줄 만한 이름이다.

사실 'beetle'이라는 이름은 고대 영어 bitela에서 유래한 biter(무는 것, 무는 사람)의 의미를 담고 있다. 'dung'(주로 큰 동물의 똥) 또한 고대 영어를 기원으로 하지만 'bitela'가 'beetle'이 된 방식과 달리 'dung'은 계속해서 'dung'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발견했는데(이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히 나만의 이론이다.) 고대 영어단어 dunn이다. 'dunn'은 지금도 쓰이는 단어로서 회색이 도는 갈색의 어두컴컴한 색깔을 말한다. 바로 그 점에서 갈색 전사라는 의미의 'duncan'이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당나귀 또한 짙은 회색빛이 도는 갈색이기 때문에 donkey(당나귀)라고 불리게 되었다. 아마도 이 갈색의 어두운 'dunn'의 색깔이 단어 'dung'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똥 역시 매우 갈색이고 어두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