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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語原)] 랜드마크편 ② 체크포인트찰리, 에베레스트산, K2

john Kim 2021. 11. 2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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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point Charlie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검문소"

만약 당신이 베를린에 있고, 냉전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작고 하얀 부스 주위에 모여 그것을 쳐다보고 사진을 찍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닥터가 베를린에 등장하여 그의 박스를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칠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영국의 TV쇼 <Doctor Who>의 주인공 The Doctor와 그가 타고 다니는 전화박스 모양의 파란색 타임머신을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바로 모두가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베를린 장벽 그리고 냉전과 함께 등장했다. 냉전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냉전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었던 상태를 말한다. 독일은 모든 것(제2차 세계 대전의 히틀러와 그 모든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의 중심에 휩싸여 있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었고, 베를린 또한 동과 서로 나뉘었다.

그 악명높은 베를린 장벽이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나누었다. 일반 시민들은 이 장벽으로 인해 두 곳의 삶이 단절되었지만, 고위 관료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의 양측을 오가야 했다. 그 때문에 검문소들이 만들어졌다. 그들 가운데서 체크포인트 찰리가 가장 유명해졌다. 이는 서방 연합국이 부르는 이름인데, 나토(NATO)의 공식 음성문자(일반적으로 나토 포네틱 코드라 부르며, 무선 통화표 중 하나로 전시상황, 파일럿 통신 등에 쓰인다.)로 'C'가 찰리와 같기 때문이다. 또한 체크포인트 브라보도 있다. (당시 세 개의 검문소가 설치되었고, 각각 체크포인트 알파(A), 체크포인트 브라보(B), 체크포인트 찰리(C)로 불린다.)

시간이 갈수록 서방 연합국은 체크포인트 찰리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본래의 막사는 철거 되었지만, 그곳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져 버린 까닭에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모형까지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아니, 뭐 일단 모형 랜드마크도 랜드마크이긴 하지 않은가?

 

Mount Everest

"장관님의 이름을 붙여볼까?"

부르지 할리파는 829.84m 높이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니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을 꽤 높다고 표현한다면 8,848m의 에베레스트산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을 갖기 전, 그 산은 몇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다.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 티베트어로는 초모랑마라 불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이름들이 영어권 지역의 사람들이 그 산에 붙인 이름보다 훨씬 예쁘다. '사가르마타'라는 네팔 이름은 "하늘의 이마"를 의미하고 티베트 지명 '초모랑마'는 "세상의 어머니"를 의미한다. 이 이름이 에베레스트보다 더 낫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어에서는 왜 이 이름이 무시되었을까?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은 영국 정부가 후원한 대삼각측량국이 1852년 그 산을 "발견"했을 때 붙인 이름이다. 그들이 그냥 큰 산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산을 발견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산에 이름을 붙여야 했다. 당시 국장이었던 앤드류 워 경은 선임 장관이었던 조지 에베레스트의 성씨를 따서 그 산의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조지 에베레스트 전 장관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거대한 산의 이름을 지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조금도 영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황스러워했다. 조지 장관은 삶의 많은 시간 동안 인도에 머물며 측량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발견하는 모든 것에 영어식 이름을 가져다 붙일 것이 아니라 원주민의 언어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영국인들이 그 산을 발견했을 당시 산의 토착 지명이 (두 개나)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이름만 몰랐던 것이 아니라 네팔인들이 영국 측량팀의 입국마저 금지하는 분위기였다. 측량팀이 아는 토착 지명은 없었고, 그들이 토착 지명을 발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조지 에베레스트 장관은 이름 때문에 다투는 일을 멈추고 그곳을 에베레스트라 부르도록 했다. 그리고 약 1년 후 조지 장관은 안타깝게 사망했다. 우리는 그가 자기 눈으로 그 산을 직접 본 적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K2

"원래 이름은 '죽음의 산'이었다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었다가 두 번째로 높은 산이 된 산. 에베레스트산에 명성이 묻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로 높다는 것은 꽤 대단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위대한 자연이 어떻게 그토록 자연스럽지 못하고 로봇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

K2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에 자리한다. 이 산 또한 이름 때문에 감사해야 할 영국 측량사가 있다. 이번에는 카라코람산맥을 탐험하던 티지 몽고메리라는 이름의 남자다. 산맥을 측량할 때 그는 숫자로 산에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산의 번호 앞에 K를 추가하여 자신이 카라코람산맥에 있었다는 정보를 추가한 것이다. K2는 그가 두 번째로 기록한 산이었고, 오늘날까지 이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산이 토착 지역에서 다르게 불리듯이 이 산 또한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는 "백의 여신"이라는 의미의 '차오거리'라 불리고, 파키스탄에서는 "높고 장엄한"이라는 뜻의 '초고라'로 통한다.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또 다른 이름은 "죽음의 산"이다. 이는 등반가들이 산을 넘는 중에 대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얻게 된 이름이다. K2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고작 3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숫자가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람은 7,000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K2는 7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망자 수다. 그렇다면 이 산은 두 번째로 높고, 두 번째로 위험하며, 두 번째로 측량된 산이다. 불쌍한 K2는 만년 은메달만 거머쥔다.

K1, K3, K4, K5도 마찬가지지만 K2야말로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